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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못알고 있는 의학상식 - 경북매일신문 칼럼 (정시욱 원장)
  • 2006-06-16
  • 2697
대장 내시경은 고통스럽다.

얼마 전, 아는 친척 분의 소개로 5년간 매년 꼬박꼬박 건강검진을 받아왔다는 중년 남성 한 분이 찾아왔다. 그런데 대장 내시경검사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한 번쯤 하시지 그랬느냐고 물어 봤더니 그렇지 않아도 한 번 해 보고 싶었는데 “내가 몇 년 전에 대학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했는데 너무 고통이 심해 다시는 살아생전에는 하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을 했어” 라고 친구가 말렸다는 것이다. 물론 대장암을 의심할 만한 증상은 전혀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해 보니 이미 3기가 넘은 대장암이 발견됐다.

영화배우 오드리 햅번, 가수 길은정, 탤런트 전운씨, 이들은 모두 대장암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대장암은 한국인에게 위암, 폐암, 간암과 함께 가장 빈도가 높은 암이다. 최근 10년 동안 사망률이 가장 많이 증가한 암이기도 하다. 소리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사망에 이르기 쉽고 치료하더라도 생활에 많은 불편이 따른다. 모든 암이 그렇듯 대장암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쉽다.

대장암은 95%이상이 대장용종에서 발전되기 때문에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로 대장 용종을 제거하면 대장암의 발생률을 80~90% 줄일 수 있다. 대장용종은 대장 점막이 이상 증식해 발생하는 일종의 병변이며 대장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질병인 동시에 40대에서는 30%, 50대 이상에서는 40% 가까이 발견될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 서두에서 말한 중년 신사의 경우도 만일 정기 검진 중에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더라면 용종을 제거함으로써 대장암을 예방하거나 적어도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장내시경은 고통스럽다는 선입견 때문에 위의 남성처럼 안타까운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장 내시경 검사는 항문을 통해 내시경을 삽입해 대장 점막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다. 검사를 위해서는 먼저 설사약을 복용해 대장을 깨끗이 비워야 한다. 검사 중에는 복통이 동반될 수 있는데 최근에는 검사 받는 사람이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마취제를 주사한 후 검사를 시행하는 ‘수면 내시경’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숙련된 의사가 수면 내시경으로 대장내시경을 시행할 경우 고통이 전혀 없이 병을 진단할 뿐만 아니라 용종 절제술 등의 치료 내시경 검사도 가능하다. 용종 절제술은 대장 내시경을 통해 올가미를 넣고 용종의 목에 해당하는 부위를 조여 맨 다음 전기를 통하게 하여 잘라내는 수술법이다. 대장의 점막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기 때문에 환자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용종은 한 번 떼어 내도 30~40% 정도는 또 다른 부위에서 새로운 것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용종절제술을 했다 하더라도 규칙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는 필수다.

2002년도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수면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체니 부통령에게 대통령 권한을 이양했던 적이 있다. 98년과 99년에도 부시 대통령의 대장에서 용종이 발견돼 제거했으며 2002년은 이 대장 용종의 재발유무를 검사하기 위해 수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은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마취제 투여로 의식이 혼미한 1~2시간의 공백을 위해 체니 부통령에게 대통령 권한을 이양하는 법석을 떤 것이다. 지구촌 최고의 권력자도 일반인과 똑같이 설사를 하고 항문으로 내시경이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했다는 얘기다. 숙련된 의사가 수면 내시경으로 대장내시경을 시행할 경우 고통이 전혀 없다. 이제 잘못된 선입견으로 대장내시경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대장암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장세척을 하면 건강해진다.

요즘 장세척을 해달라며 개인 병·의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장세척 전문 클리닉이나 병·의원의 인터넷 사이트에도 장세척에 대해 묻는 글들이 부쩍 많아졌다. 다이어트, 변비 해소, 피부미용,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등 이유도 다양하다. 이런 추세에 맞춰 최근 집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장세척 기기들도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한다.

장세척 옹호론자들은 대장 내에는 배출되지 않은 찌꺼기로 장벽에 끼어있는 소위 ‘숙변’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를 제거해주지 않으면 독이 몸에 흡수돼 건강에 해롭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일반인들도 정기적으로 항문을 통해 물이나 커피, 약제 등을 넣고 노폐물을 깨끗이 빼내야 좋다고도 한다. 과연 ‘숙변’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일까?

필자의 경험으로는 ‘숙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는 것이 결론이다.

최근에 사용하는 대장 내시경 중에는 대장의 표면을 100배 정도 확대해서 볼 수 있는 것도 있어 대장을 아주 세밀히 관찰할 수도 있고 캡슐처럼 생긴 내시경을 꿀꺽 삼켜서 소장을 구석구석 검사하기도 한다. 그것 뿐 아니라 수술로 대장이나 소장을 떼어내는 경우도 있어 이렇게 대장과 소장을 살펴본 필자를 포함한 동료의사들의 공통된 이야기가 ‘아무리 살펴보아도 대장이나 소장에 끼어있는 숙변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또 ‘그것이 맨눈으로 보일 리가 없다. 숙변은 대장과 소장의 아주 작은 융모와 주름 사이에 끼어있어 현미경으로 들여 다 봐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럼 매일 현미경으로 대장과 소장을 들여다보는 병리과 의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현미경으로 살펴봐도 대장이나 소장의 융모나 주름 사이에 낀 숙변이 없다’ 는 게 그들의 결론이다.

음식물을 먹으면 대략 48~72시간 동안 장에 머물다 변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수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 주름처럼 꼬여 있는 장 구석구석에 오래된 변이 껴서 시멘트처럼 굳어 독성을 내뿜어 결국 신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신빙성이 떨어진다. 대장과 소장의 융모에는 미끈미끈한 점액질이 나오고 대장은 끊임없이 연동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숙변이라는 것이 생길 수가 없다.

대장 내에는 유산균을 비롯한 ‘정상세균총’이라고 해서 소화를 돕고 비타민을 합성하며 외부로부터의 세균감염 등을 막는 역할을 하는 좋은 세균들이 살고 있다. 그런데 장세척을 자주 하게 되면 이런 균들의 균형이 깨져서 오히려 우리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한 장세척이라고 하는 시술은 주로 대장 말단의 S자 결장에 있는 대변만 제거되므로 전체 장에 있는 모든 대변을 제거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려가지 이유로 장세척을 고려하고 있다면 이보다는 대장 건강에 좋은 습관과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행함이 대장 건강과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양약을 오랫동안 먹으면 위장을 버린다.

우리나라에 양약이 처음 들어 왔을 때 그 놀라운 효과 때문에 아스피린, 페니실린계 항생제, 부신 피질 호르몬제 등이 남용됐다. 이런 약들은 장기 복용 시 위를 상하게 할 수도 있는 약들 이었다.

이런 선입견이 지금도 남아 양약은 무조건 위를 상하게 한다고 믿고 있다. 사실 전체 양약 중에 위장장애를 일으키지 않는 약들이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반인들 대다수가 양약은 위장에 무조건 해롭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모든 약물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효능과 어느 정도의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관절염, 두통 등에 널리 쓰이는 소염진통제가 위궤양을 유발 할 수 있고 한방에서 많이 사용하는 ‘부자’와 같은 한약재가 본의 아니게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약은 몸을 보호하기 때문에 몸에 해롭지 않고 장기간 복용해도 상관없으나, 양약은 오래 복용하면 몸에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양약이 다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며, 한약이라고 해서 전혀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대학병원 재직 시 만성간염 환자가 한약을 먹고 간기능이 나빠져 간부전에 이르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경험하였다. 분명한 것은 양약이냐 한약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진찰 하에 현재의 의학수준에서 효능이 입증되고, 비용대비 효과적인 치료를 선택하여 제대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 중에는 합병증인 중풍이나 심장병 예방을 위해 평생토록 약을 먹어야 하는데도 본인의 편견 때문에 약을 중단하는 사람도 있다. 의사가 약을 장기간 먹도록 권유할 때는 약의 부작용과 약을 먹지 않았을 때 생기는 위험성을 다 고려하여 권유하는 것이다.

약으로 인한 위장장애나 그 외 기타 부작용들은 잠깐이고 또한 쉽게 교정될 수 있는 것들이 대다수지만 한번 생긴 중풍이나 심장병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따라서 모든 약물은 의사나 한의사의 지시에 따라 정확한 용량으로 정확한 복용법을 알고 복용하고 만약 부작용이 생겼을 때에는 주치의와 충분한 상의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