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믿었단 "아이고~ 배야" |
2006-06-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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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속편한내과 원장 정시욱
매년 여름철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심심찮게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식중독이라고도 하고 다른 표현으로 급성 장염이라고도 하는 불청객이다.
이 둘은 비슷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른 용어이다. 장염이란, 세균 혹은 바이러스나 기타 여러 원인에 의해 소장이나 대장의 장점막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여러 가지 질병을 통틀어 일컫는 광범위한 용어이고 식중독은 음식물이 부적절한 처리 과정을 거치거나, 오래되어 세균이 증식된 음식물을 먹음으로써, 세균의 독소 등에 의해 생기는 질병을 말한다.
즉 장염이 더 포괄적인 용어이고 장염의 원인 중에 식중독이 포함될 수 있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이다. 가장 흔한 경우가 세균이 음식을 통해 직접 환자 몸속에 들어가 감염을 일으키는 것이다.
세균의 직접적인 감염에 의한 경우는 살모넬라균에 의한 것이 가장 많으며 캠피로박터균, 리스테리아균, 시겔라균, 대장균, 노워크 바이러스 등이 식중독을 발생시키는 주요 세균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으로 세균이 만들어내는 독에 의한 식중독이 있다.
포도상구균이 분비한 독에 의한 사례가 가장 흔하며 보튤리늄균, 바실러스 시리어스균의 독에 의한 식중독이 자주 보고된다.
자연에서 만들어진 독에 중독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복어나 버섯이 식중독을 자주 유발하는 음식재료이다.
또한 화학물질에 의한 중독도 있는데 음식을 통해 수은, 납 등 중금속류, 농약 등을 섭취한 경우다.
식중독의 증상은 주로 복통과 설사, 구토 등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열이 동반될 수도 있다. 복통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정확히 위치를 알 수 없고 또한 지속적인 복통이 아닌 간헐적인(아팠다가 안 아팠다가를 반복하는)복통이 특징이다.
설사는 적게는 2-3회/일 정도에서 많게는 30여 회가 넘는 경우까지 그 빈도가 다양하다. 고열이 난다든지 오한이 동반된다든지 혈변이나 점액질변이 나오는 경우 심각한 세균성 장염이 동반됐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식중독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통 1주일 이내로 저절로 낫는다. 식중독의 주 치료는 설사나 구토에 의한 수분 및 전해질을 보충하는 대증요법이다. 식중독의 치료에서 일반인들이 잘못 대처하는 경우가 2가지 있다.
첫 번째는 설사를 멈추는 지사제를 함부로 먹는 것이다. 설사가 있다고 해서 지사제를 먹게 되면 장 속에 있는 세균이나 독소를 배출하지 못하고 병을 더 오래 끌 수 있기 때문에 지사제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 후 복용하는 것이 좋겠다.
두 번째는 먹으면 자꾸 설사가 나므로 물도 먹지 않고 굶는 것이다. 탈수 현상은 설사의 가장 큰 해로서 어른에서도 문제가 되지만 특히 몸집이 작은 어린이와 젖먹이들에서는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 설사 시에는 끓인 물에 소량의 설탕과 소금을 타서 먹거나 이온음료를 마시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식품조리 10대 원칙
가정에서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세계보건기구에서 마련한 ‘안전한 식품 조리를 위한 10대 원칙’을 소개한다.
① 안전을 위해 가공식품을 선택한다. 신선식품을 섭취하는 게 좋지만 과일, 야채류는 미생물 등에 오염됐을 수 있는 만큼 적절한 방법으로 살균되거나 청결히 세척된 제품을 선택한다.
② 적절한 방법으로 가열, 조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중독 등을 유발하는 미생물을 없애려면 철저히 가열해야 한다. 고기는 70도 이상에서 익혀야 하고 뼈에 붙은 고기도 잘 익히도록 한다.
③ 조리한 식품을 실온에 방치하면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으므로 조리한 음식은 가능한 한 빨리 섭취한다.
④ 조리식품을 4-5시간 이상 보관할 경우에는 반드시 60도 이상이나 10도 이하에서 저장해야 한다. 특히 먹다 남은 유아식은 보관하지 말고 버려야 한다. 많은 양의 조리식품을 한꺼번에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⑤ 냉장보관 중에도 해로운 미생물의 증식이 가능한 만큼 저장했던 조리식품은 70도 이상의 온도에서 3분 이상 재가열 한 뒤 먹어야 한다.
⑥ 가열 조리한 식품과 조리하지 않은 식품이 맞닿으면 오염될 수 있으므로 서로 섞이지 않도록 한다.
⑦ 조리 전이나 다른 용무를 본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⑧ 부엌의 조리대를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고 음식이 오염되지 않도록 한다. 행주, 도마 등 조리 기구는 매일 살균, 소독, 건조해야 한다.
⑨ 곤충, 쥐, 기타 동물 등을 통해 식품이 오염될 수도 있는 만큼 음식물에 대한 동물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
⑩ 깨끗한 물로 세척하거나 조리해야 하지만 오염이 의심될 때에는 물을 끓여 사용한다. 특히 유아식을 만들 때는 오염 여부를 주의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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